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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세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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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174.69), 작성일 06-11-30 04:03, 조회 3,838, 댓글 1

본문


이시다 하루가 가메따로오를 알게 되어 결혼하게 되었을 때는 대대로 살아오던 큰

집은 낡아서 허술해졌고, 그들은 도쿄로 이사를 했었다.

  이시다 가문의 재산은 가메따로오의 아버지인 고오가 정치를 한답시고 다 날려 버려

그녀가 가메따로오와 살림을 차렸을 때에는, 작으마한 집 한칸을 장만하는 게 고작이

었다.

  그녀가 이시다 가문의 저주받은 가계를 알게 된 것은 가메따로오와 같이 살게 된 뒤

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전후의 민주주의 사상으로, 대가

족제도는 분해되고, 어버이와 자식은 원래 독립된 주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가계에

대해 신경을 쓰는 편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이란 남성과 여성의 뜻이 맞아서 성립되고, 가메따로오와 즐거운 가정을 이룩한

다면, 그것으로서 그녀는 만족할 뿐이었다.

  하지만 가메따로오가 교통사고로 죽고 남겨진 소아마비에 걸린 아들인 다께오를 보

자 이시다 집안에 얽힌 저주 비슷한 것이 느껴져 그녀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녀 자신도 가메따로오와 함께 살게 된 뒤로는, 사소한 일에도 자칫 화를 잘 내게

되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는 것이지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

하기만 했다. 그리고 항상 다리가 무겁고 기분이 좋은 일은 드물었다.

  이런 일이 있게 되면서 이웃사람의 권유로 어느 도인을 알게 되어 조상을 공양하기

위해 염불을 올리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메따로오가 남겨 놓은 다께오의 병

은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고, 모자 두 사람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했다.

  그녀는 손수 돈을 벌면서 의사에게 다께오를 데리고 다녔을 뿐더러 용하다는 신흥종

교 단체는 모조리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자기를 납득시키고 자신의 마음과

아이의 병을 고쳐 주는 곳은 없었다. 교단에서는 어디서나 같은 말을 했다.

  조상을 공양하는 정성이 부족하다, 당신은 아집이 지나치게 강하다, 남편을 소홀히

했다,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그런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반성해 볼때, 교단에서 말했듯이 자기는 남을 속이거나 나쁜 짓을 했

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보다 제멋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

하고 집안도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신자가 되면, 으례 의문을 품지 말라고 말한다. 의문이 생기는 것은 믿음이

부족한 탓이며, 그만큼 당신의 업보는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문이 생길 경우에는

염불을 올리라고만 강요당했다.

  신자들의 체험담은 한결같이 효험을 보고 기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

게는 그와 같은 기적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염불을 올리면 한때는 평상시의 괴로

움을 잊을 수는 있었으나, 염불을 그치면 아들과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다시 원점

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의 믿음이 부족한 탓으로 불행이 계속된다고 자신에게 타이르고, 어느

종교단체의 신앙생활로 접어든 지 5년째 되던 해에 마음을 가다듬어 지성으로 염불을

올렸었다. 그러자 어느 시점에 이르자 몸이 가볍게 진동을 일으키고, 귓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잘 했다. 잘 했어! 너는 앞으로 행복해진다. 이제 걱정할 것 없다. 나는 이나리 대

명신이다. 앞으로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너의 불행은 깨끗이 사라진다."

  그녀는 비로소 신의 음성을 들었다. 그녀로서는 천지가 개벽을 한 것 같은 심정이었

다.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의지할 곳이 없는 여자의 생활처럼 비참한 것은 없으며, 15년

이란 세월을 홀로 소아마비 아들인 다께오를 데리고 희망에 찬 생각을 해본 일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우렁찬 음성은 15년

동안의 괴로움을 한꺼번에 씻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녀는 감격한 나머지 그날 밤은 잠을 이를 수 없을 만큼 흥분했다.

  그녀는 그 뒤로 교단에 가는 일을 그만두었다. 자기에게 있어 백만대군처럼 든든한,

모습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홀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

다.

  날마다 계속 모습없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일을 잘 맞추었고, 빗나가는 일도 있기

는 하였으나, 이제 와서 의지할 것은 그 목소리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께오가 잠이 들면 신의 음성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으나, 두 달 석 달이 지

나는 동안, 신의 음성에 통일성이 없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에 한 말과 저녁에 한 말이 전혀 달랐고, 그런 탓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가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의문을 품으면 으례히 신은 화를 냈다. 그리고 마침내 다께오를 없애 버리라

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그녀가 그런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하자, 신은 버럭 화를 내면

서 다께오가 있기 때문에 너는 불행한 거라고 불호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귓가에서 속삭이는 신에 대하여 비로소 크게 의문을 품게 되었다. 다께오를

죽이고 자기가 행복해질 까닭이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다께오는 여느 애들과 달랐

다.

  다께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앞날은 캄캄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께오를 죽

이고 자기가 살아 있을 수는 도저히 없으며, 그것이 어째서 행복해지는 길과 연결이

된단 말인가. 그녀는 신에 게 말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모습을 보여 주세요. 당신이 말하는 건 모두 엉터리입

니다. 나는 속지 않습니다."

  그러자 신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그대로 잠자고 말았다.

  어느 날, 여학교 시절의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가까운 다방으로 들

어가 커피를 마시면서 지난날의 추억에 잠겼었으나, 그때 친구에게서 영적인 현상에도

실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그 이야기를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자기에게 일어나고 있는 영적인 현상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너무나 많고,

이대로 나가다가는 미치고 말 것만 같이 생각되었다.

  하지만 친구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는 어찌 된 일인지 모습도 없이 들려

오는 목소리는 그녀를 몹시 협박하는 것이었다.

  "넌, 그런 곳에 가서는 안된다. 가면 죽여 버리겠다."

  "아들이 사랑스럽지 않느냐. 애는 미치광이가 되고, 너는 가메따로오처럼 자동차 사

고로 죽는다."

  "가서는 안된다. 넌 내 것이니까, 너는 내 것이란 말이다."

  그녀는 도저히 밤에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 밤마다 가슴이 눌리고 낮에는 잠이 부

족해서 의식이 몽롱해지고, 일을 하러 가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내가 주최하는 강연회장에 나타났던 것이다.



    지배하고 있던 마왕

  강연회장은 어느 절의 넓은 방을 쓰고 있었고, 150명 가량 모여 있었다. 강연회장에

는 사람이 가득차 있었다.

  그녀는 뒷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에 그만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빠

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건만 눈이 자꾸만 감기면서 잠이

오는 것이었다. 빙의현상의 특징인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의 의식을 보니 본인은 열심히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쓰

고 있었다. 나는 타력신앙의 무서움을 특히 강조했다. 그녀는 귀를 기울여, 정신을 통

일시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것이었으나 곧 졸음이 쏟아져 왔다.

  한 시간 남짓 걸린 이야기였으나, 그녀에게는 굉장히 긴 것도 같고, 짧은 것도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가리키며, 이리로 오라고 권했다. 그 까닭인 즉 빙의령을 제거시키고

저주받은 가정에 종지부를 찍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단쪽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

을 때의 그녀는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를 일이고, 무엇보다도 오늘이 처음이었으므로 자

리에서 일어날 용기조차도 일어나지 않는 젓처럼 보였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로서는, 오늘의 자기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드는듯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눈초리가 자기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알자 그 눈초리를 피하기 위

해서도,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을 향해 왔다.

  나는 얼굴표정이 굳어져 있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당신은 고생도 무던히 많이 하셨군요. 고생을 면하려고 이리저리 신앙을 구하러 다

니기도 하였었군요. 이상한 신앙은 결코 믿지 말아야 합니다. 신은 건들이지 않는 한

화를 주지 않는다는 속담을 알고 있을 겁니다. 섣불리 신앙생활을 하면 무서운 결과가

옵니다. 마음도 몸도 잃게 됩니다. 지금 당신의 뒤에 있는 이나리 대명신이라는 여우

를 당신에게서 떼어 내겠습니다. 몸이 무겁지요? 어떻습니까?"

  나는 강연회장의 분위기에 따라서 말투가 몹시 강력해질 때가 있다. 이날도 그랬었

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문제에 관여했던 탓이었는지, 그녀의 공포심은 어느 정도 사라

지고 마음이 안정된듯 했다.

  "네, 몸이 무거워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요 며칠 동안은 밤에 잠도 잘 이를 수

없습니다."

  "그럴 겁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계속 이상한 종교를 믿어 왔기 때문입니다. 몸을 편

히 하고 눈을 감으시오."

  그녀는 말하는 대로 눈을 감고, 몸의 힘을 뺐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의식이 자기 몸에서 빠져 나가 앉아 있는 자기의 몸을 밑으로

내려다보는 형편이 되었다. 제3자에게는 보이지 않으나,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몸은 저승의 여우가 그녀의 의식을 지배하고 이 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강연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센 말투가 되었다.

  "그대는 누구요? 이름을 대시오."

  "나는 말야, 나는 말이지."

  "나만으론 알 수 없다. 이름이 무엇이냔 말이다?"

  "누구건 상관없잖아..."

  "여러분! 이 여성의 육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여우입니다. 저승의 여우가 이 여성

의 육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더우기 한 족속을 데리고 수십 마리나 되는 여우들이

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몸이 무거워서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신경통

도 걸리게 됩니다."

  나는 우선 회장의 여러 사람에게 설명을 하고,

  "그대들은 이 사람의 마음에 집을 짓고, 조화되지 않은 원인을 여러 가지 만들어 왔

다. 이대로는 용서를 받을 수 없는 거다. 자, 이 사람의 몸에서 떠나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떠나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겠느냐?"

  "..."

  "내가 지금 이나리 대명신을 부를테다. 그렇게 하면 대명신을 따라 가서 하늘의 이

치를 잘 배우도록 하여라. 알아 듣겠지?"

  이렇게 말하고 빛을 보냈다. 빛을 보내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시커멓고 큰 그림자 같은 것이 반대쪽에서 그녀의 몸 속으로 획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 자신의 육체는 순간 강한 충격파를 느꼈으나 그녀의 육체에서 빠져 나온 의식은

가만히 있었다.

  "그대는 누군가? 마왕인가? 그대는 이 여성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와하하하! 와하하하! 강연회장이 쩌렁쩌렁 울려퍼질 듯한 커다

란 웃음소리가 그녀 자신의 입에서 흘러 나온 것이다.

  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한 순간 웃음소리에 넋이 빠진듯 했다.

  "마왕! 잘 들어라,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뭐야, 뭐냔 말이야!"

  큰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너는 지금 이 사람에게 빙의가 되어 있지만 이 사람의 가정에 3대에 걸쳐 불행을

안겨주고 말았다. 그 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거다. 그대 자신도 전생에서는 이

지상계에서 육체를 지니고 인생을 배워 온 일이 있었을 게다. 앞날을 알 수 없는 인생

을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어지럽히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너도 잘 알

고 있을 게 아닌가. 그런데도 너는 이 여성에게 빙의되어, 아니 이시다의 가문 3대에

걸쳐서 많은 사람들을 불행의 구덩이 속에 빠뜨려 왔다. 어때, 이만하면 너도 죄에 대

한 의식을 알 수 있겠지? 인도에 있었을 때에도 너는 내 앞에 나타났었다. 그때, 너는

죄의식을 깨닫고 사람들을 구원하겠다고 약속했었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떻게 했지?

이게 무슨 꼴이냐 말이다."

  그녀의 의식은 이 말을 위쪽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녀의 입장으로 볼때 검고 큰 그림자는 그녀의 몸을 통해 앞뒤로 흔들라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내가 빛을 보내 주자 마왕은,

  "으윽! 으윽!"

  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조금 전의 마왕의 위세는 어디로 갔는지 방법을 바꾼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하겠느냐? 그대도 신불의 자식이 아니겠느냐? 신불의 자식인 이상 죄의식을

깨닫고 ,사람들을 구원할 마음을 왜 지닐 수 없느냐 말이다."

  이때 마왕은 그녀의 몸에서 뛰쳐 나갈 시늉을 하고 도망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대가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 없는 거다.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도망쳐 봐라."

  마왕의 그림자는 크게 흔들리건만 하루의 몸에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빛으로 그대의 몸을 싸고 있는 탓이다. 어떠냐? 진정으로 사과를 하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같은 잘못을 다시 계속할 셈이냐? 만약 잘못을 계속 저지를 생각이라면 나는

너를 여기서 봉인하고 말테다. 어찌하겠느냐?"

  그녀의 의식은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이나리 대명신인가 하던 모습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현재 자기의 육체를 지

배하고 있는 악마라고는 그녀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또한 이시다 가문에 얽힌 악마라는 말을 듣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운 생각이

앞서 그녀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나와 마왕이 주고 받는 말을 듣고서 그녀는 자기의 입장을 발견하고 언제 자기가 자

기의 육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조금은 걱정 이 되었던 것이다.

  "마왕! 어찌 된 거냐? 말을 해봐! 자 이제 말을 할 때가 됐을 게다."

  "음, 그때 나는 다시 온다고 말했다. 그 일을 잊었나!"

  "그것은 네가 지은 죄를 속죄하고, 사람들을 구원하는 사람이 되어서 온다는 뜻이

아니었었느냐!"

  "..."

  "사실 너는 그 다음에 일본에 태어났던 게 아니냐? 마왕인 채로는 인간으로서 태어

날 수 없었다. 그랬었지? 일본에서 태어난 너는 많은 고생을 해왔다. 어렸을 때부터

모진 고생을 해왔고 네가 겪은 고생은, 나도 알고 있는 터이다. 하지만 그 고생을 원

수로 여기고 마음 속에 악귀가 도사리게 되었다. 마음 속에 악귀가 도사리고 있어서는

인간은 구원을 받을 수 없는 거다."

  "그렇지, 그때는 고생 많이 했지."

  "자, 너도 신불의 자손이다. 동물이라 할지라도 하느님의 자손이다. 네가 와서 두려

워 하고 있는 여우들을 데리고 이 여성의 육체에서 순순히 떠나가는 거다."

  "나는 동물이 아니야. 나는 마왕이란 말이야,"

  "마왕일지라도 동물 이하의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느냐? 마왕이라면 마왕답게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람들을 인도하는 하느님의 아들인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말한대로 할께. 아! 지쳤다, 지쳤어."

  검은 그림자는 기진맥진한 형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의식은 마왕이 가냘픈 한낱 모습으로 되어 가는 것을 바라다보고, 저승이 있

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마왕은 처음에 검고 큰 그림자처럼 보이더니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입은 귀 있는 곳까지 찢어지고, 눈은 번들번들 빛나고, 머리에 뿔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다.

  그런 모습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입도 눈도 머리도 보통 사람의 모습

처럼 되었고, 마치 요술이라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이상한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

하게 되는 것이다.

  "이나리 대명신을 부를테니, 우선 그곳에 있는 여우들을 내보내도록 하라."

  "노여움을 살텐데 정말 야단났군. 지난번에도 대명신에게 심한 꾸중을 들었는데, 큰

일났다."

  "걱정하지 말아, 괜찮아 내가 잘 말해 줄테니."

  "예, 예."

  마왕과 여우들은 그녀의 몸에서 팔로, 다시 손 끝을 지나 그녀의 육체에서 나가고

말았다.

  하루의 육체는, 마왕이 들어와 있었을 때에는 책상다리를 하고 몸을 뒤로 젖히고 있

었으나, 육체에서 빠져 나가자 두 손을 머리보다 높이 쳐들고, 서서히 상체가 앞쪽으

로 기울어지듯 하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이때, 그녀 자신의 의식은 그때까지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만 있었으나 마왕이

육체에서 떠나는 단계에 이르자, 누군가에게 의식이 끌려가는 듯하여 갑자기 괴로워지

면서 어딘가 먼 곳으로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되고는 그대로 무의식상태로 빠져 버렸

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그와 같은 무의식 상태 속에서 이윽고, 따뜻한 산

들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어느 공간을 무언가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여 이

윽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어느덧 자기의 육체에 자기 자신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자기의 육체로 돌아온 그녀를 향해 세차게 에너지를 보급했다.

  그녀는 육체에서 의식이 나가 있을 때에는 피곤을 조금도 느끼지 않았으나 막상 육

체에 자기의 의식이 돌아오니 온몸에 피로를 느끼고, 마치 중노동을 하고 난 뒤처럼

맥이 빠진 것만 같았다.

  말없이 잠자코 있으려니까, 피곤한 느낌이 차츰 사라지고, 이윽고 몸이 가벼워졌다.

예전의 무겁고 답답한 상태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상쾌해졌다.

  "기분이 패 가라앉은 것 같군요. "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곧 바로 대답을 할 수는 없었으나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자기가 느꼈던 일을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예, 감사합니다. 지금까지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할 때 전혀 다릅니다. 이것이

내 몸인가 생각될 정도로 가벼워졌습니다. "

  "정말 다행입니다. 이상한 종교 같은 것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는 사람을 의

지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해 나가야 합니다. 반드시 생활도 정리가 될 겁니다. 그러

기 위해서

는 우선 사물을 올바르게 보고, 옳게 듣고, 옳게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을 늘 명심하십

시오. 자기의 입장에서만 사물을 보게 되면 아무래도 욕망이 강해지고, 남을 비난하게

됩니다.

남을 저주하거나, 미워하거나, 화를 내는 마음은 모두 자기라는 자아욕망에서 생긴 것

입니다.

  당신의 배후에는 마왕과 여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당신 스스로가 남을 미

워하거나 질투하는 마음이 강했던 탓입니다. 그와 같은 마음으로 믿음을 갖고 있었으

므로 갖가지 빙의령을 당신이 불러들인 것입니다. 모든 원인이 당신 자신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에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

니다.

  당신은 항상 '나는 불행하다, 나는 불행하다'고만 생각하여 자기의 처해진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바깥쪽만 바라다보고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래가지고는 언제까지나

행복해질 수 없는 겁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밖에서 얻는 게 아니라, 자기의 마음 속에

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아무리 풍족한 환경에 처해 있어도 남을 욕하고 불평만 늘

어 놓는다면 불행한 것입니다. 까닭인즉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은 마음이 평안한가 평

안하지 못한가, 하는 것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육체를 지니고 있으면 이 점이 아무

래도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물질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사실 이런 사람이 많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도 죽을 때도 혼자입

니다. 살아있는 동안도 물론 혼자입니다. 자기의 괴로움이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은 자기뿐인 것입니다. 결코 남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이 땅 위에서,

지금 이 시각에 살아 있는 사람은 자기 혼자라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살

아 가는데 필요한 갖가지 도덕교과서 정도라고 알면 됩니다.

  당신이 밤에 잠을 자고 있을 때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렇죠? 당신은 아침에 잠

이 깨어서 비로소 자, 나는 지금 여기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고, 남편의 일, 아이

들의 일을 생각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있고 남편이나 애들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이라는 존재가 없다면 아이들의 일도, 남편에 대한 일도 생각

할 수 없을 겁니다. 애들이나, 남편이나 부모나 형제나 이웃들은 당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훌륭한 교과서 인 겁니다.

  불평이나 질투나, 노여움에 불타는 사람들의 괴로움, 그와는 반대로 사람들과 조화

되고, 애정이 풍족하게 살아가는 마음이 평온한 사람을 볼때,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

겠습니까? 아마도 후자를 택할 겁니다. 그러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사랑의 그

늘에서 살아 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남에게서 좋은 것만 본받고, 서로

도우며 살아 가는  곳에 보다 나은 행복이 빛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행복은 우선 자기의 마음에서 만들어 내도록 합시다. 남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식으로 인간은 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은 이 대우주를 삼킬 만한 포용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 대우

주 안에는 동물도 식물도 광물도 선도 악도 없습니다. 악은 원래 사람이 만들어 낸 것

입니다만, 그런 모든 것을 사람의 마음은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각하는

것, 마음속에서 소원하는 일은 즉시 나타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현재의 당신에게는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시

다 집안의 3대에 걸친 불행은 3대의 자기 보존, 자기의 욕심, 위장된 자기에게 희롱당

한 사람들의 생활의 기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이었던 가메따로오씨는 온순한 사람이었으나, 남에게 대해서는 몹시 냉

정했고 늘 고독했었지요. 어두운 가정 환경에서 자라나 어렸을 때부터 술주정뱅이인

아버지가 무섭고, 늘 겁을 집어먹고 있었습니다. 고독과 공포심이 자기의 마음을 더욱

더 움츠러들게 만들어 불행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남편을 영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신의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생활을 하는 일입니다. 아드님의 소아마비도 당신이 변하면 틀림없이 기

적이 일어나고, 어른이 된 다음에는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 오

늘부터 용기를 내서 힘껏 사는 겁니다. "

  그녀는 강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의 눈초리도 아랑곳없이 큰소리로 엉엉 울고 있었다.



    감격의 눈물

  그녀는 그로부터 원래의 강한 성품으로 모습없는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그것을 부정하고 착한 자기의 본래의 마음으로 자기

의 생각이 돌려지도록 했다. 말할 것도 없이 주문도 그만두게 되었다.

  정신통일을 위한 생각의 방향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방향을 바꾸고, 건강하게 일에

열중하고, 집에서는 열 여섯살이 된 소아마비 아들 다께오와 명랑하게 이야기를 나누

도록 노력했다.

  하루 하루가 이상하리만치 즐겁게 지나갔다. 마음의 방향을 어두운 면에서 밝은 면

으로 바꾼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상쾌해지리라고는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

다.

  그녀 자신이 명랑해지자 아들 다께오도 명랑해졌다. 모자 두 사람의 가정은 조촐하

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다리가 부자유스럽던 다께오의 몸에 약간 회

복되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가 부자유스러운 몸으로 걸음을 걸을 때는, 으례

좌우로  몸이 흔들렸으나, 그 흔들리는 게 전보다 훨씬 덜해졌다.

  그녀는 아들인 다께오에게 이 사실을 말해 주었다. 다께오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되도록 운동장으로 나가서 달리고 뛰곤 하여 허리와 다리 운동

을 하고 있었다.

  다께오는 열 여섯살이지만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소아마비를 앓은 몸이어서 진

학이 늦어졌고, 그 때문에 늘 고독했으나, 지금은 자진해서 체육시간에도 참가하고 있

었다.

  가을철 운동회날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학부형들이 줄지어 지정된 곳으로 모여 들었

다.

  그녀는 해마다 운동회는 빼놓지 않고 보러 갔었다. 이유인 즉 운동회에 참가하지 못

하는 다께오를 위로하고, 함께 교정한 구석에서 김밥을 먹기 위해서였다. 방학이 되어

도 영화나 연극을 구경하러 다께오를 데리고 갈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병원에 갈 생

각이 있어도, 병원비를 생각해 보면,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운

동회 때만이라도 모자 두 사람의 유일한 리크리에이션이라고 생각하고 빼놓지 않고 갔

던 것이다.

  하지만 다께오의 친구들이나 부모형제들이 웃어대는 즐거운 광경을 흘낏 볼때 그녀

의 마음은 늘 슬픔에 젖곤 했다.

  "지지 않는다, 나는 지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스스로 타이르고, 다께오와 김밥을 먹곤 했었다. 그런데 이

번 운동회에서는 그 다께오가 두 사람이 한 다리씩 함께 묶고 뛰는 경주에 출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하늘에라도 오를 듯한 기분이었다. 야마시다군이 다께오와 짝을 지

어 주었구나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 없었다. 상대에게는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

만 경주에 참가할 수 있는 아들의 건강한 모습을 상상하니, 그녀는 전날밤 한 잠도 잠

을 이를 수가 없었다.

  푸른 하늘에 번져 가는 불꽃들은 그대로 그녀의 기분을 알려 주는 듯했다.

  다께오의 순서가 되었다.

  준비 탕! 하는 신호로 5조가 일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두 한 줄로 서서

달렸으나, 차츰 거리가 생겼다. 그녀는 다께오가 열심히 달리는 모습만을 뚫어지게 바

라다보더니 느닷없이,

  "다께오! 다께오! "

  하고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했다.

  출발점에서 결승점까지의 거리는 1백 미터였다. 그녀가 보고 있던 장소는 결승점에

서 15미터 근처의 지점이었다.

  다께오와 짝을 지은 야마시다군은 숨을 헐떡이며 어깨를 흔들면서 결승점을 향해 달

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맞고 있었는지 다께오 조는 다른 조를 제치며 달리

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응원하는 목이 메어 왔다. 주위에서 지르는 함

성도 그녀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결승점에 골인한 다께오의 1등 입상에 엉엉 소리를

내고, 그 자리에 쓰러져 울고 말았다.

  감격과 흥분된 감정에서 겨우 자신을 되찾은 그녀의 앞에 온통 웃음 띄운 얼굴로 다

께오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마음껏 웃었다.

  그녀에게 있어, 올바르게 사는 사람의 행복감을 이때처럼 강하게 느낀 적은 예전에

는 한번도 없었다. 이렇게 하여 이시다 집안에 얽힌 저주에서 그녀는 스스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자기를 마음 속에서부터 신에게 감사하는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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