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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8 21:25:26 | 수정 2015-03-08 21:25:26 | 지면정보 2015-03-09 A5면
(1)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

연대 졸업생 "25곳 응시해 서류합격 단 1곳"
씨마르는 일자리…'하향지원' 충고도 옛말
대학 생활의 결실로 학사 학위를 받는 날에도 졸업생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고용 가뭄’ 때문이다. 동국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24일 한 졸업생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대학 생활의 결실로 학사 학위를 받는 날에도 졸업생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고용 가뭄’ 때문이다. 동국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24일 한 졸업생이 취업정보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세대 인문계열을 졸업한 김모씨(27)는 지난해 하반기 25개 기업의 공개채용에 응시했다. 그중 서류 합격을 통지받은 것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결격사항이 없는 지원자 모두를 서류 전형에 합격시키는 삼성그룹을 제외하면 한 곳만 합격한 셈이다. 그는 “학점과 영어성적 모두 평균을 웃도는데 서류 문턱도 넘지 못했다”며 “주변에 인문대 졸업생 대부분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여학생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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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의 현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지난해 서울대 취업률은 졸업생의 61%에 그쳤다. 취업률은 대학원 진학생을 제외한 학생 기준으로 산정한다. 서울대생 10명 중 3~4명이 대학원에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취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구직기간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2013년의 경우 1년 이상 구직 활동을 한 청년층의 비중도 26.1%에 달했다. 구조적으로 기업의 일자리 공급과 취업준비생의 수요 불일치가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종구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은 “해마다 채용은 줄어들고, 취업에 실패한 학생들은 누적되면서 갈수록 채용 구조가 꼬여가고 있다”며 “특히 인문계 출신 여자들은 취업문이 극도로 좁아졌다”고 전했다. 고려대에서 인문계열을 전공한 한 여대생(26)은 “지난해 한 대기업에 응시를 했더니 면접관이 ‘비(非)상경계 출신 여성은 잘 뽑지 않는 걸 알면서 왜 지원했느냐’고 타박을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SKY, ‘롯동금’에서 ‘고삼동’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이 같은 청년 실업의 현실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취업을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이나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고 있는 ‘대학 5학년생’ 등이 제외된 수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은 2012년 말 7.5%에서 2013년 말 8.5%, 올해 1월 9.2%로 치솟고 있다.

취업준비생이 직장을 가린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과거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사이에 유행이었던 ‘롯동금’이란 말도 없어진 지 꽤 됐다. 이 말은 롯데·동부·금호그룹의 준말로 명문대생의 취업 하한 마지노선을 일컫던 말이었다. 최근에는 그 말 대신 고려아연·삼천리·동서식품의 준말인 ‘고삼동’이 유행이다. 고려대 3학년 조모씨(24)는 “취업 게시판에서 ‘고삼동’은 비록 삼성 현대자동차보다는 못하지만 급여나 복지 등이 좋은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며 “취업이 어려워지자 SKY 졸업생도 경쟁률이 높은 유수 대기업보다 실속 있는 중견·중소기업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하향 지원을 해도 합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안모씨(28)는 “경남 창원 소재 중견기업의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서울 출신은 되레 역차별을 당한다”며 “취업하더라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이직을 노릴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천대 건축과 4학년 김모씨(28)는 “원래 건축 관련 기업에 취직하려 했지만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깨지고 난 뒤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며 “그러고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지방대 출신은 더 서럽다

지방대생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8월 제주의 한 대학을 졸업한 한모씨(27)는 취업을 위해 서울에서 유학 중이다. 지역에선 취업 스터디는커녕 채용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씨는 “친구의 학생증을 빌려 근처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취업을 준비 중”이라며 “원룸 월세 등 한 달 생활비도 만만치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방 청년의 고용률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청년 고용률은 5대 광역시(36.8%)와 지방(37.5%)이 수도권(42.1%)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규직 근로자는 수도권의 경우 2007년 51%에서 2013년 56%로 늘어난 반면 지방은 55.1%에서 55.6%로 제자리걸음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지방의 고용창출 여력이 낮고 취업의 질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남대를 졸업한 김모씨(28)는 “지역인재 채용할당제 등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어딜 가나 취업재수생들이 넘쳐나는데 기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12개월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첫 직장을 갖는 데 걸린 평균 기간. 영어점수나 인턴 활동 등 스펙을 쌓고, 구직을 위한 스터디 활동을 하는 데 1년을 쏟는다는 얘기다.

조진형/마지혜/박상용/선한결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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