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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메모리 시대의 암투]①                 

입력 : 2016.11.07 12:00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뉴메모리’ 바람이 불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라는 범용 제품 양산에 두각을 나타난 한국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신기술 바람이 달갑지 않다. 뉴메모리의 목적이 한국 기업들이 호령하고 있는 D램과 낸드를 대체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D램과 낸드의 장점을 결합한 3D 크로스포인트로 뉴메모리 바람을 주도하는 건 거함(巨艦) 인텔이다. PC부터 서버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의 중심인 중앙처리장치(CPU)는 사실상 인텔의 독점 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인텔의 뉴메모리가 '미풍'에 그칠 것이라고 안이하게 전망할 순 없다. 인텔에 이어 넷리스트, 킬로패스 등 새로운 메모리 시대를 선언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한 가운데 아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면 아래에서 생존을 위한 암투(暗鬪)를 벌이고 있다. [편집자]

(왼쪽부터)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권오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조선DB
(왼쪽부터)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권오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조선DB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는 인터페이스부터 제조 공정까지 모든 것이 수수께끼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기술적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동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미끼'를 던져보기도 하지만 인텔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CPU와 메모리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겁니다."

최근 SK하이닉스 (39,750원▼ 100 -0.25%)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총괄하는 한 고위 임원은 조선비즈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수퍼컴퓨터 분야 최고 전문가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2015년 슈퍼컴퓨터 콘퍼런스에서 인텔이 별도 부스를 3D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어떻게 구현된 기술이냐고 물으면 입을 다물었죠. 실체가 없는 기술 아니냐는 악의적인 평가까지 나왔지만, 인텔은 자신있다는 표정이에요.”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라는 신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발표한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 메모리 기업과 국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아직도 이 기술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1,556,000원▼ 42,000 -2.63%)와 SK하이닉스가 인텔이 공개하지 않는 기술의 비밀을 파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를 바탕으로 장악하려는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텃밭인 서버와 스토리지용 메모리 시장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PC용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스토리지와 기업 서버용 메모리 시장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5세대 이동통신 등 새로운 수요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 "3D 크로스포인트의 비밀을 찾아라"...삼성, SK하이닉스 '정보전' 돌입

지난해 7월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발표했을 때 인텔코리아 임직원들은 하루에도 몇통씩 걸려오는 삼성 반도체 관계자들의 전화에 진땀을 뺐다. 삼성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기술 구현 방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인텔코리아 측에서도 마땅히 대답해 줄 내용이 없었다. 3D 크로스포인트의 이론적인 정의는 알고 있지만 제조 공정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인텔 내부적으로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공개하며 이 기술이 1947년 램(RAM) 메모리, 1989년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등장한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술적 변화라고 주장했다./ 인텔 제공
인텔은 지난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공개하며 이 기술이 1947년 램(RAM) 메모리, 1989년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등장한 이후 가장 혁신적인 기술적 변화라고 주장했다./ 인텔 제공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의 활용 방안을 일부 공개한 지난해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찾아와 인텔과 비즈니스 미팅을 수차례 가졌지만 건진 건 별로 없었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한 엔지니어는 "인텔이 이렇게까지 특정한 제품에 대해 비밀스러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며 "고객사로서 당연히 공유되어야 할 부분도 비밀에 붙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는 기존의 CPU와 낸드플래시의 비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셀(cell) 단위로 비트를 기록한다는 원칙은 낸드와 같지만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셀 위아래에 가로와 세로로 엇갈리는 금속 회로가 깔리고 그 교차점(크로스포인트)마다 0과 1의 신호를 담는 '메모리 셀', 그리고 '메모리 셀렉터'가 설치돼 각각의 주소를 갖게 된다. 말하자면 도로명 주소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구체적인 작동 원리와 공정, 소재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비밀에 붙여져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존 낸드보다 1000배 빠르고 D램보다 10배 많은 용량을 집적할 수 있으며 내구성도 압도적으로 높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3D 크로스포인트와 유사한 교차점 구조의 낸드를 개발하려고 시도했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정보검색서비스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연구소를 중심으로 저항성 메모리(ReRAM)의 특성을 기반으로 3차원 교차점 구조를 갖는 고밀도의 메모리 반도체 설계를 특허로 출원했다. 다만 이를 제품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최대 수년간의 연구개발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이렇다할 소득이 없었던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서버업체 중 하나이자 인텔 최대의 고객사 중 하나인 HP를 우방으로 끌어들였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HP 주도로 IBM, 델 등 서버업체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에 ARM까지 가세해 출범한 'Gen-Z'는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에 대한 일종의 '대항마' 성격을 가진 단체다. Gen-Z는 국제 반도체공학 표준 협의기구인 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 내에서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하단 용어설명)을 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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