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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美반도체 점유율 반토막"..이래서 삼성 불렀나

 입력 2021. 04. 08. 05:50 

20년간 반도체 생산량 3배 늘때 美점유율 24%→12% 감소
한국·대만·중국은 61%.."해외 의존 낮추려면 투자 필요"
반도체를 들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새판 짜기'에 본격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2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이 반토막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이 3배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국의 점유율은 쪼그라들었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주요 나라들은 미국, 일본 등 과거의 반도체 선도국을 제치고 갈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을 빌미로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선두 업체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것도 향후 시장 질서를 주도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000년 24%에 달하던 미국의 글로벌 집적회로(IC)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 12%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1970년에 설립된 SEMI는 장비, 소재, 부품 등 반도체 관련 전 세계 기업 2400여개 회원사와 130만명 이상 전문가가 속한 단체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다양한 소재·부품·장비 업체 350여곳이 활동 중이다.

2000년과 2020년의 세계 주요 국가별 반도체 생산 능력 점유율 추이(자료=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 뉴스1

SEMI에 따르면 이번에 미 상무부에 전달된 보고서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프로세스와 제품 및 기술에 대한 요약, 그리고 미국 내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제언 등이 담겨 있다.

이 중 보고서 제5장은 미국이 국가 및 경제안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생산능력을 키워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SEMI에 따르면 2000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 생산 능력(Capa) 점유율을 살펴보면 일본이 32%로 가장 높고 미국이 24%, 유럽 및 중동이 17%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년이 흘러 2020년에는 대만이 22.9%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21.4%로 두번째로 높았다. 그 뒤를 잇는 곳은 17%를 기록한 중국이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 외에도 삼성전자(시안), SK하이닉스(우시) 등 해외 기업에서의 생산 실적도 포함된 것이다.

즉 대만·한국·중국 등 아시아 3개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전 세계 유통량의 61%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2000년 2%에 그쳤던 중국이 17%까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량이 확대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01년 3000억개 수준이었던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은 지난해 1조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1.4.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최근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량이 3배 가량 증가했지만 이같은 성장세가 거의 대부분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 쏠리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졌다는 의미다.

SEMI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최첨단의 공정 역량은 모두 미국 밖의 반도체 공장에서만 가능하다"면서 냉정한 현실을 지적했다. 미 의회의 공식 자문기구인 국가인공지능안보위원회(NSCAI)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점차 미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잃어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현실을 직시한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조25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500억달러(약 56조원)를 반도체 산업 지원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현지 언론보도를 통해 오는 12일 백악관에 주요 기업들을 초대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갖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놀라운 것은 백악관의 초청기업 명단에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외에 삼성전자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겉보기에 자동차용 반도체 문제에 국한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내면을 살펴보면 현재 글로벌 공급망에서 소외된 미국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실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의 전경(삼성전자 제공)/뉴스1

더욱이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슈퍼컴퓨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먹거리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향후 최첨단 미사일이나 위성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어서 미국 입장에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시장을 바라볼 명분도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국적에 관계없이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더 많은 반도체 공장을 지어서 아시아에 편중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SEMI는 미 상무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Δ연방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인센티브 Δ경쟁력 있는 법인세 정책 Δ무역장벽 제거 Δ고숙련 노동자를 위한 이민 정책 Δ실용적인 환경·건강·안전 규제 등을 촉구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를 향한 백악관의 초청이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투자 청구서'라고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 세계 2위 반도체 업체이자 글로벌 메모리 1위 기업이다. 특히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선 대만의 TSMC에 이은 업계 2위로서 현 상황에서 미국이 손내밀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신규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절묘하게 백악관의 호출을 받은 터라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반도체를 둘러싸고 유럽, 중국 등 강대국간 패권 다툼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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